기업법무 복수의결권, 상장과 함께 사라지는 제도로 둘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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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26-06-12 19:28본문
복수의결권, 상장과 함께 사라지는 제도로 둘 것인가
법률사무소 최앤컴퍼니 대표변호사 최준홍 · 칼럼
박사과정 수업 중, 교수님이 물으셨다.
"대한민국에서 복수의결권이 가능할까요?
가능하다고 보는 분, 손 들어 보세요."
나는 손을 들었다.
벤처기업법에 복수의결권 제도가 도입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솔직히 회의적이었다.
요건이 워낙 까다로워 실제로 실현되기 어렵고,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으로서는 투자자의 요구에 맞춰야 하니 도입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제도는 있으되 쓰는 곳은 거의 없는, 장식 같은 제도로 여겼다.
그런데 최근, 복수의결권을 도입한 회사가 상장을 준비 중이라는 뉴스를 접했다.
복수의결권을 실제로 도입한 회사가 있다는 것에 놀랐고, 그 회사가 상장까지 준비할 만큼 탄탄하게 성장했다는 사실에 한 번 더 놀랐다.
그 회사, 하이리움산업은 어떻게 복수의결권을 도입하게 되었을까.
이 칼럼은 그 궁금증에서 출발했다.
먼저 제도부터 보자.
2023년 11월, 비상장 벤처기업의 창업주에게 1주당 최대 10개의 의결권을 주는 복수의결권주식이 허용됐다(「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이하 '벤처기업법').
취지는 분명하다.
창업주가 대규모 투자로 지분이 희석되더라도 경영의 주도권을 잃지 않고 장기 비전을 끌고 가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는 처음부터 좁고 짧게 설계됐다.
누적 100억 원 이상을 투자받고 마지막 투자가 50억 원 이상이어야 하며,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3이라는 가중특별결의를 통과해야 한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1).
무엇보다 이 권리에는 시한이 있다.
존속기간은 최대 10년, 상장하면 상장된 날부터 3년이 지난 날 보통주로 전환된다(존속기간이 그 전에 끝나면 둘 중 짧은 쪽).
창업주가 지분을 양도·상속하거나 이사직을 잃어도, 회사가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되어도 보통주로 전환된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2).
게다가 복수의결권주식을 가진 창업주라도, 이사의 보수 승인,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책임 감면, 감사의 선임·해임, 자본금 감소, 이익배당 같은 핵심 안건에서는 1주 1개의 의결권만 행사한다(벤처기업법 제16조의13).
내가 회의적이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문턱은 높고 수명은 짧다.
그런데 숫자를 보니, 내 예상은 절반만 맞았다.
시행 2년이 되도록 복수의결권을 발행한 기업은 단 두 곳뿐이다.¹ 활용이 저조하리라는 예상은 맞았다.
1호는 2024년 2월 물류 벤처 콜로세움코퍼레이션,² 2호는 액화수소 기업 하이리움산업이다.¹
그러나 "쓰는 곳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은 틀렸다.
도입한 두 곳은 지금 모두 기업공개(IPO)를 향하고 있다.¹
여기에 이 제도의 역설이 응축돼 있다.
하이리움산업은 2024년 9월 김서영 대표에게 복수의결권주식 2만 주를 발행했고, 이후 무상증자를 거쳐 그 수량은 4만 주가 됐다.³
복수의결권을 발행하려면 누적 100억 원·마지막 50억 원의 투자 요건을 갖춰야 하는데, 하이리움은 상환전환우선주(RCPS)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고(그 우선주는 이후 전량 보통주로 전환됐다) 중국 장쑤궈푸수소에너지 등 전략투자자까지 끌어들이며 그 문턱을 넘은 회사였다.³
그렇게 투자로 지분이 희석되는 가운데 창업주의 경영권을 지키려 복수의결권을 택한 것이다.
현재 김서영 대표의 주식 지분은 본인 23.69%(특수관계인 포함 25.23%)이지만, 복수의결권 덕분에 의결권 기준으로는 본인 26.62%(특수관계인 포함 28.10%)로 올라간다.³
즉 투자유치와 상장을 거치며 흔들릴 경영권을 지키려 방패를 마련했는데, 정작 상장하면 그 방패는 3년 뒤 사라진다.
어렵게 도입한 제도의 사실상 유일한 활용처가 상장 준비 기업인데, 제도는 상장과 함께 소멸하도록 짜여 있는 셈이다.
경영권 방어가 가장 절실해지는 국면은, 행동주의 펀드와 적대적 인수·경영권 분쟁에 노출되는 상장 이후다.
비상장 단계에서는 주식이 자유롭게 거래되지 않아 외부의 위협이 제한적이지만, 공개시장에 들어서는 순간 사정이 달라진다.
한국의 복수의결권은 바로 그 문턱에서 효력을 잃는다.
해외는 다르다.
미국은 차등의결권을 둔 회사의 상장을 폭넓게 허용하고, 상장 이후에도 이를 유지한다.
1주 1의결권이 임의규정이어서 가능한 구조다.
구글(알파벳)과 메타가 대표적인데, 구글은 기업공개 때 창업자 주식(Class B)에 1주당 10개의 의결권을 붙였다.⁴
홍콩과 싱가포르는 2018년 나란히 차등의결권 기업의 상장을 허용했다(홍콩은 그해 4월, 싱가포르는 6월).
글로벌 혁신기업을 자국 증시에 유치하기 위해서였다.⁵
이들 제도에도 남용을 막는 장치는 있다.
강화된 공시, 일몰 조항, 특정 안건에서의 의결권 제한 등이다.
그러나 핵심은 그 권리가 '상장 이후에도 작동한다'는 점이다.
반면 한국은 상장 후 3년이 지나면 복수의결권이 자동으로 보통주로 전환된다.
미리 정한 시점에 권리를 거둬들이는 '시간 기반 일몰'인데, 그중에서도 기간이 짧고, 상장 자체를 전환의 방아쇠로 삼는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엄격한 편에 속한다.
물론 반론은 무겁다.
상장은 일반 공모 투자자가 들어오는 시장이고, 1주 1의결권 원칙과 소수주주 보호는 쉽게 양보하기 어려운 가치다.
적은 지분으로 회사를 영구히 지배하는 참호화(entrenchment)의 위험도 분명하다.
그러나 그 참호화를 막는 안전판은 이미 제도 안에 있다.
복수의결권의 존속기간은 어떤 경우에도 최대 10년으로 묶여 있기 때문이다.
창업주가 회사를 영구히 지배하는 사태는, 이 10년 상한 하나만으로도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그렇다면 정작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이미 10년이라는 일몰이 있는데, 거기에 더해 '상장 후 3년'이라는 별도의 강제 전환까지 둘 필요가 있는가.
상장 후 3년 전환은 10년 상한과 함께 '둘 중 짧은 기간'으로 작동해, 사실상 상장과 거의 동시에 권리를 거둬들인다.
그 결과 경영권이 가장 흔들리는 상장 직후 몇 년을, 창업주는 방패 없이 통과해야 한다.
영구 지배를 막는 일은 10년 상한이 이미 하고 있는데, 상장 후 3년 전환은 그 위에 한 겹을 더 얹어 제도의 실효성만 깎아내리는 셈이다.
보호와 유인은 양자택일이 아니다.
강화된 공시와 이해충돌 안건에서의 의결권 제한(현행 제도에도 일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미 존재하는 10년 일몰을 전제로 한다면, '상장 후 3년'이라는 추가 장치는 덜어내고 상장 이후의 존속을 지금보다 유연하게 인정하는 길을 검토할 수 있다.
발행 요건도 지나치게 높아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많다.¹ 누적 100억 원·마지막 50억 원이라는 기준은 초기 벤처에는 먼 이야기다.
이미 도입된 과세특례와 더불어 문턱을 낮추는 보완이 필요하다.
제도를 만들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제도가 실제로 쓰이느냐다.
손을 들 때의 나는 제도의 존재를 알았을 뿐, 그것이 살아 움직일 수 있는지까지는 믿지 못했다.
2년에 두 곳, 그나마 상장과 함께 사라지는 제도라면, 무엇을 위해 도입했는지 다시 물어야 한다.
복수의결권을 '상장과 함께 끝나는 반쪽'으로 둘 것인가, 아니면 보호장치를 전제로 제대로 작동하는 제도로 키울 것인가.
주(註)
1. 최윤신, "[복수의결권 도입 2년] 도입 기업 2곳 불과…1·2호는 IPO 바라본다", 더벨, 2025. 9. 4. https://www.thebell.co.kr/free/content/ArticleView.asp?key=202509031620069680106565&lcode=00
2. 홍하나, "'복수의결권' 1호 콜로세움, 주주들 설득한 비결", 바이라인네트워크, 2024. 2. 21. https://byline.network/2024/02/21-319/
3. 하이리움산업㈜, 「분기보고서」(2026. 5. 15. 제출) — '주주에 관한 사항'·'자본금 변동사항',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4. 정혜련, "차등의결권에 관한 소고 — 각국의 입법, 태도의 변화, 그리고 기업의 효율성을 중심으로", 「기업법연구」 제29권 제1호(통권 제60호).
5. 홍콩거래소(HKEX) 「상장규칙」 제8A장(가중의결권)은 2018. 4. 30., 싱가포르거래소(SGX) 「메인보드규칙」(차등의결권 구조)은 2018. 6. 26. 각각 시행됐다.
HKEX https://en-rules.hkex.com.hk/rulebook/chapter-8a-weighted-voting-rights / SGX https://www.sgxgroup.com/sgxgroup/media-centre/20180626-sgx-launches-rules-listing-dual-class-shares-companies
참고 법령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법」 제16조의11(복수의결권주식의 발행)·제16조의12(복수의결권주식의 전환 등)·제16조의13(복수의결권주식의 의결권 제한), 시행 2026. 2. 1.(법률 제207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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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필자 개인의 의견을 담은 칼럼이며, 작성 시점의 법령·자료를 기준으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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