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자신의 보수 한도 50억 원에 던진 찬성표 — 대법원은 왜 그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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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26-07-29 20:16본문
자신의 보수 한도 50억 원에 던진 찬성표 — 대법원은 왜 그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했을까
법률사무소 최앤컴퍼니 대표변호사 최준홍 · 기업법무 / 임원 보수 시리즈 ② · 읽는 시간 7분
지난 1편의 결론은 한 줄이었습니다. 이사의 보수는 사람의 약속이 아니라 정관 또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해진다.
그렇다면 결의만 받아 두면 끝일까요. 이번 편의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 그렇지 않습니다. 결의가 있어도 그 결의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고, 결의의 바탕이 되는 규정 자체가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도 실제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은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를 50억 원으로 정하는 안건에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인 본인이 직접 찬성표를 행사해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그러자 회사의 감사가 그 결의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냈고, 법원은 감사의 손을 들어주었으며, 이 판단은 2025년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됐습니다(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5다210138 판결). 이듬해 주주총회의 같은 안건 결의도 같은 이유로 무효가 됐다고 보도됐습니다.
결의는 분명히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 결의를 만든 표였습니다.
결론부터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하나, 자신의 보수에 관한 결의에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상법 제368조 제3항은 총회 결의에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합니다. 자기 보수 한도를 정하는 결의에서 그 이사인 주주는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고, 그가 의결권을 행사해 통과된 결의는 결의방법의 법령 위반으로 취소 대상이 됩니다.
둘, 결의가 취소되면 소급하여 근거가 사라집니다. 취소 판결이 확정되면 그 결의는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 되므로, 그 결의에 기대어 지급됐거나 지급될 보수·퇴직금은 법적 근거를 잃습니다. 이미 받은 금액은 부당이득 반환의 문제로, 아직 받지 못한 금액은 청구권 부정의 문제로 돌아옵니다.
셋, 총액 한도를 이사회에 넘기는 관행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한도만 정하고 개별 배분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만, 포괄적으로 위임하거나 대표이사에게 넘기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넷, 결의만이 아니라 규정도 공격받습니다. 정관이 "임원퇴직금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규정에 의한다"고 위임하는 구조에서, 그 규정이 절차를 갖추지 못했다면 규정 자체가 무효로 판단될 수 있고, 규정이 무효면 그에 기초한 청구도 무너집니다.
▍ 남양유업 사건 — 자기 보수 안건에 자기가 찬성했습니다
사실관계는 단순합니다. 2023년 정기주주총회에 이사 보수 총한도를 50억 원으로 승인하는 안건이 올라왔고, 당시 지분 과반을 보유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였던 홍원식 전 회장이 찬성했으며, 안건은 가결됐습니다.
이를 문제 삼은 것은 회사의 감사였습니다. 자신의 보수 한도에 관한 결의에서 해당 이사인 주주는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자에 해당하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데(상법 제368조 제3항), 그 의결권 행사로 안건이 통과됐으니 결의방법이 법령에 위반됐다는 것입니다. 상법 제376조는 소집절차나 결의방법이 법령·정관에 위반한 때 주주·이사·감사가 결의일로부터 2개월 내에 결의취소의 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회사 측은 "한도를 정하는 결의일 뿐 개별 이사의 보수를 책정하는 것이 아니므로 특별이해관계인이 아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법원은 이를 배척하면서 이렇게 판시했습니다 —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이사의 보수한도액은 향후 개별 이사에 대한 구체적인 보수액을 결정하는 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주주인 이사의 보수는 회사 지배에 관한 이해관계가 아니라 그 주주의 개인적 이해관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31. 선고 2023가합66328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5. 1. 22. 선고 2024나2027590 판결로 항소기각).
의결권 계산도 판결문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출석 주식 52만 8,189주에서 홍 전 회장의 37만 2,107주를 제외하면 출석 의결권은 15만 6,082주가 되고, 찬성 43만 6,746주에서 같은 주식을 빼면 6만 4,639주가 남아 과반인 7만 8,041주에 미달합니다. 본인의 표를 빼는 순간 가결이 부결로 뒤집히는 구조였던 것입니다.
법원은 감사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대법원에서 상고가 기각되어 취소가 확정됐습니다. 결의를 거치기는 했지만, 거치면 안 되는 표로 거쳤다는 것이 취소의 이유였습니다.
여기서 짚어 둘 실무 감각이 하나 있습니다. 지분 과반의 지배주주가 있는 회사일수록 주주총회는 형식적 절차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런 회사에서 지배주주 본인의 보수 안건이 올라오면, 과반 주주가 표결에서 빠져야 하는 역설적 상황이 됩니다. 절차를 형식으로 취급해 온 회사일수록 이 지점에서 사고가 납니다.
▍ 취소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 소급 소멸의 파장
결의취소 판결이 확정되면 그 결의는 소급하여 효력을 잃습니다. 이 사건에서 그 파장은 보수 한도 하나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보수 한도 결의가 사라지면서 해당 기간의 보수는 지급 근거를 잃었고, 보도에 따르면 약 170억 원으로 추산되던 홍 전 회장의 퇴직금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퇴직금은 통상 재직 기간의 보수를 기초로 산정되는데, 그 기초가 되는 보수 자체가 '결의 없는 보수'가 되어 버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홍 전 회장이 회사를 상대로 낸 약 443억 원의 퇴직금 청구 소송(1편에서 소개한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가합71532 사건)에서는, 결의가 취소된 기간 — 이른바 '무보수 기간' — 을 퇴직금 산정에 포함할 수 있는지가 주요 쟁점이 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원고 측은 결의가 무효가 됐더라도 직무를 수행한 사실은 있으므로 회사가 적법한 결의를 다시 거쳐 보수를 정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회사 측은 결의가 없는 이상 청구권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이 소송은 2026. 8. 27.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 결의 취소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를 보여줄 판결이 될 것입니다.
정리하면, 셀프 결의의 값은 이렇습니다. 결의 취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결의 위에 쌓아 올린 보수·퇴직금 전부가 연쇄적으로 흔들립니다.
▍ 총액 한도만 정하고 이사회에 넘기는 관행 — 어디까지 되는가
실무에서 오래 굳어진 방식이 있습니다. 정기주주총회에서는 "이사 보수 한도 총액 ○○억 원"이라는 안건 하나만 올려 승인받고, 개별 이사에게 얼마씩 배분할지는 이사회에서 정하는 구조입니다.
남양유업 사건에서도 회사 측은 이 구조를 방어 논리로 내세웠습니다. 판결문에 따르면 회사는 "이사들은 2017. 12. 22.자 이사회 결의와 내부 규정에 근거해 보수를 지급받는 것이지 이 사건 주주총회 결의에 따라 받는 것이 아니므로, 결의를 취소할 실익이 없다"는 취지로 다퉜습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그 이사회 결의의 안건은 "2018년도 임원 보수 확정의 건"이라고 명백히 기재되어 있어 이를 근거로 2023년도 보수를 지급받을 수 있다고 보기 어렵고, 회사의 임원규정도 "등기임원의 보수는 주주총회에서 결정한다"고 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미 실무상 교훈 하나가 나옵니다. 이사회 배분 결의는 그 대상 연도의 것이어야 합니다. 몇 해 전 이사회 결의를 계속 근거로 삼아 온 회사라면, 그 사이 기간의 보수는 근거가 비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관행 자체는 대법원이 허용합니다. 다만 허용의 폭과 한계가 함께 제시되어 있습니다.
첫째, 총액 한도 결의 + 이사회 배분은 가능합니다. 대법원은 "정관 또는 주주총회에서 임원의 보수 총액 내지 한도액만을 정하고 개별 이사에 대한 지급액 등 구체적인 사항을 이사회에 위임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사의 보수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아니한다"고 판시했습니다(대법원 2020. 6. 4. 선고 2016다241515, 2016다241522 판결). 주주총회 결의사항은 반드시 주주총회가 정해야 하고 정관이나 결의로도 다른 기관에 위임할 수 없다는 상법 제361조가 그 출발점입니다. 한도라는 통제선을 주주총회가 쥐고 있어야 위임이 허용된다는 뜻입니다.
둘째, 대표이사에게 넘기는 것은 안 됩니다. 최근 대법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갔습니다. "개별 이사의 보수 분배에 관하여 대표이사가 결정하도록 정관에서 규정하거나, 그와 같은 내용으로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에게 직접 위임하는 것 역시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대법원 2025. 12. 11. 선고 2025다214605 판결). 이유는 두 가지로 설시됐습니다 — 대표이사가 자신의 보수를 스스로 결정하면 개인적 이익을 도모할 위험이 있어 제388조의 입법 취지에 반하고, 이사회가 감독해야 할 대상에 대표이사도 포함되는데 그 대표이사가 이사들의 보수를 단독으로 정한다면 이사회의 감독이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셋째, 한도 결의만으로 개별 보수청구권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총액 한도 결의는 상한선을 그은 것일 뿐이므로, 그 한도 안에서 이사회의 배분 결정이 실제로 있었는지가 별도로 문제됩니다. 소송에서 회사가 "한도 결의는 있었지만 그 임원에 대한 배분 결정은 없었다"고 다투는 국면이 여기서 나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주주총회가 한도를 정하고, 이사회가 그 한도 안에서 개별 지급액을 정하며, 그 결정 과정이 의사록으로 남는 구조 — 이것이 현재 판례가 허용하는 표준형입니다. 반대로 주주총회 의사록에 "이사 보수는 이사회에 일임한다"고만 적혀 있거나, 실제로는 대표이사가 혼자 정해 온 회사라면, 분쟁이 생겼을 때 그 구조 자체가 공격 대상이 됩니다.
▍ 규정 무효 — 결의만이 아니라 규정도 공격받습니다
임원 보수 분쟁의 또 다른 전선은 규정입니다.
많은 회사의 정관은 1편의 사모펀드 사건처럼 "이사의 퇴직금은 주주총회 결의를 거친 임원퇴직금 지급규정에 의한다"는 위임 구조를 취합니다. 이 구조에서 규정이 힘을 가지려면 그 규정 자체가 주주총회 결의라는 절차를 통과했어야 합니다. 이사회가 만들어 두기만 한 규정, 언제 누가 제정했는지 확인되지 않는 규정, 정관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 규정은 다툼이 생기는 순간 무효 주장의 표적이 됩니다. 규정이 무효면, 그 규정을 근거로 한 퇴직금 청구도 근거를 잃습니다.
저희가 회사 측을 대리한 사건에서도 이 전선이 승부처였습니다. 스타트업 계열사의 전 대표가 임원퇴직금을 청구해 온 사건에서, 임원퇴직금 규정의 무효와 퇴직금청구권 포기 의사표시 등을 주장해 청구 전부가 기각된 예가 있습니다. 규정의 제정 절차와 문언을 처음부터 다시 뜯어보는 것 — 임원 보수 소송에서 회사 쪽 방어의 출발점입니다.
덧붙여, 결의와 규정을 모두 갖췄더라도 안심할 수 없는 마지막 관문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사가 회사에 제공하는 직무와 지급받는 보수 사이에는 합리적 비례관계가 유지되어야 하고, 회사의 채무 상황이나 영업실적에 비추어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 현저히 균형성을 잃을 정도로 과다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습니다.
나아가 경영권 상실 등으로 퇴직을 앞둔 이사가 최대한 많은 보수를 받기 위해, 동조하는 다른 이사와 함께 직무 내용·회사의 재무 상황이나 영업실적에 비추어 지나치게 과다한 보수 지급 기준을 마련하고, 지위를 이용해 주주총회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소수주주의 반대에도 결의가 성립되도록 했다면, 이는 상법 제382조의3의 충실의무를 위반해 회사재산의 부당한 유출을 야기한 배임행위이므로 주주총회 결의를 거쳤더라도 유효하지 않다고 했습니다(대법원 2016. 1. 28. 선고 2014다11888 판결).
요건이 좁게 설정되어 있어 보수가 다소 많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퇴임을 앞둔 시점의 보수·퇴직금 기준 변경은 분쟁이 생기면 가장 먼저 의심받는 장면이라는 점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 실무 — 결의를 '유효하게' 만드는 법
1편이 "결의를 받아라"였다면, 2편은 "결의를 제대로 받아라"입니다.
회사라면. 임원 보수·퇴직금 안건을 상정할 때 해당 임원인 주주를 특별이해관계인으로 분류해 의결권 계산에서 제외하고, 그 사실을 주주총회 의사록에 명시해 두는 것이 기본입니다. 총액 한도를 이사회에 위임하는 구조라면 주주총회 의사록에 위임의 범위(한도·기간)를 명시하고, 이사회가 개별 지급액을 실제로 결의해 그 의사록을 남겨야 합니다 — 대표이사가 단독으로 정하는 방식은 판례상 허용되지 않습니다. 임원퇴직금 규정은 제정·개정 시점의 주주총회 결의 근거를 규정 이력과 함께 보관하고, 정관 위임 문언과 규정의 적용 범위(퇴직금만인지, 퇴직위로금·특별공로금까지인지)가 맞물리는지 점검합니다.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일수록 이 절차를 형식이 아니라 방어선으로 취급해야 합니다.
임원이라면. 내 보수의 근거 결의가 유효한지도 점검 대상입니다. 특히 내가 주주를 겸하면서 내 보수 안건에 찬성한 이력이 있다면, 그 결의는 상대방이 언제든 무너뜨릴 수 있는 상태일 수 있습니다. 결의 당시 다른 주주들의 표만으로도 가결 정족수가 채워졌는지, 규정 제정에 주총 결의가 있었는지 — 분쟁이 나기 전에 확인해 둘 항목입니다.
▍ 마무리 — 다음 편 예고
시리즈 두 편의 결론을 겹쳐 놓으면 이렇게 됩니다. 결의가 없으면 보수가 없고(1편), 결의가 있어도 그 결의가 잘못 만들어졌으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2편).
다음 편은 국면을 바꿉니다. 임기가 남은 이사를 회사가 해임하면 어떻게 되는가 — 상법은 이사를 언제든 주주총회 결의로 해임할 수 있게 하면서도, 임기를 정한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가 회사에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상법 제385조 제1항). '정당한 이유'가 무엇이고 손해는 어떻게 산정되는지 — 해임을 당한 임원과 해임을 결심한 회사, 양쪽의 계산법을 3편에서 다루겠습니다.
▍ 상담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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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최앤컴퍼니의 최준홍 대표변호사는 스타트업 사내변호사로 이사회·주주총회 실무를 직접 운영했고, 법무법인 파트너를 거치며 임원퇴직금 청구 소송(회사 측 대리, 청구 전부 기각)과 주주총회결의 관련 소송을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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