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하면 위반금도 부과할 수 있을까요 — 아파트 운영규정의 법적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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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26-07-08 23:48본문
법률사무소 최앤컴퍼니 대표변호사 최준홍 · 공동주택 / 관리 분쟁 · 읽는 시간 7분
최근 한 아파트의 사례가 보도됐습니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길고양이 관리 운영규정을 만들어, 밤 10시부터 아침 6시까지를 고양이 급식 금지 시간으로 정하고 보행로·주차장·화단 등 사실상 단지 전역을 고양이 급식 금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어 위반 시 벌금 3만 원을 부과하고 주차장 이용까지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공고했습니다(경향신문 2026. 6. 27.).
반발한 입주민들을 대리하는 변호사는 "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에게 벌금을 부과하거나 주차장을 못 쓰게 막을 법적 권한이 없다 — 권한 없는 규정이므로 처음부터 무효"라고 지적했고, 관할 구청도 상위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하는 공문을 회신했습니다(위 보도).
길고양이 문제 자체에 대한 찬반은 이 글의 주제가 아닙니다.
이 글이 다루는 것은 그보다 앞선 물음입니다 — 입주자대표회의는 의결로 무엇이든 정할 수 있는가. 특히, 위반금처럼 주민에게 금전 부담을 지우는 규정을 만들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의결을 집행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관리주체 — 위탁관리회사와 관리사무소 — 는 이런 규정 앞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정리합니다.
하나,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할 수 있는 사항은 법령이 한정하고 있습니다. 목록에 없는 사항의 의결은 권한의 근거부터 다투어집니다.
둘, 주민에게 금전 부담을 지우는 규정의 근거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이 아니라 '입주자등의 동의를 받은 관리규약'입니다. 법원이 위반금 성격의 부과를 유효하다고 본 사례는, 입주자등 과반수의 동의를 거친 규정이 합리적인 범위의 금액을 정한 경우였습니다.
셋, 근거가 다투어지는 규정의 집행자가 되는 것은 관리사무소입니다. 집행 전에 근거를 확인하고 문서로 남기는 것이 회사와 관리사무소장을 함께 지키는 길입니다.
▍ 먼저, 관리규약을 봅니다 — 단지 규범의 기준
논의의 출발점은 관리규약입니다.
공동주택관리법은 관리규약을 "공동주택의 입주자등을 보호하고 주거생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입주자등이 정하는 자치규약"으로 정의합니다(제2조 제1항 제9호). 시·도지사가 정한 관리규약 준칙을 참조하여 입주자등이 정하고(제18조 제1항·제2항), 개정에는 원칙적으로 전체 입주자등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합니다(제18조 제3항, 시행령 제20조 참조).
핵심은 규범을 만드는 주체가 누구인가입니다. 관리규약은 입주자등 전체가 만드는 규범이고, 입주자대표회의는 그 아래에서 법령과 관리규약이 정한 사항을 의결하는 자치 의결기구입니다(제2조 제1항 제8호). 즉 단지 규범의 위계는 법령 → 관리규약 →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운영규정의 순서입니다.
관리규약도 무제한으로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대법원은 자치규약의 효력에 관하여,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정된 규약은 그 내용이 강행법규에 위반되거나 소유권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침해·제한하여 사회관념상 현저히 타당성을 잃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유효하다고 봅니다(대법원 2004. 5. 13. 선고 2004다2243 판결).
이 판결 자체는 상가 집합건물의 규약(집합건물법 제28조·제29조)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나 입주자등·구분소유자들이 스스로 정하는 자치규범의 효력이라는 같은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아파트 사안에서도 법원은 이 기준을 그대로 원용합니다 — 아래에서 볼 주차 부담금 판결이 실제로 이 판결을 인용해 판단했습니다.
주목할 것은 이 판결의 결론입니다. 상가 규약의 업종제한 위반에 대한 단전·단수 제재 조항을 유효하다고 봤는데, 그 사안에서는 규약이 적법한 절차로 제정됐고, 곧바로 제재하는 것이 아니라 1차로 시정을 요구한 뒤에 제재하며, 제재의 정도는 미리 정해진 기준에 따르고, 위반을 중지하면 즉시 제재를 풀도록 설계돼 있었습니다. 자치규범의 제재가 언제나 무효인 것은 아니고, 절차와 설계를 갖추면 유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입주자대표회의는 무엇을 의결할 수 있나 — 법령이 정한 목록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14조 제2항은 입주자대표회의의 의결사항을 열일곱 가지로 열거하고 있습니다.
관리규약 개정안의 제안, 관리비 사업계획·예산 승인, 공용시설물 이용료 부과기준의 결정, 장기수선계획에 따른 공용부분 보수·교체, 공동체 생활의 활성화 및 질서유지에 관한 사항 등입니다.
이 열일곱 가지 어디에도 '위반금의 부과'나 '제재 규정의 제정'은 없습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규정을 만들 수 있는 근거는 제2호 — "관리규약에서 위임한 사항과 그 시행에 필요한 규정의 제정·개정 및 폐지" — 입니다. 관리규약의 위임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관리규약에 근거 없이 입주자대표회의가 곧바로 위반금 규정을 만들었다면, 그 의결은 권한 밖입니다.
제16호의 "공동체 생활의 활성화 및 질서유지에 관한 사항"을 근거로 들 수는 없을까요. 이 조항은 질서유지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수 있다는 권한 규정일 뿐, 법령에도 관리규약에도 없는 금전 제재를 새로 만들 수 있게 하는 규정이 아닙니다. 아래에서 보듯, 법원이 금전 부과를 유효하다고 인정한 결정적 요소도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이 아니라 입주자등의 동의였습니다.
그러면 단지가 위반금 규정을 만들 방법이 없는가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관리규약을 개정하여 직접 규정하거나, 관리규약에 위임 근거를 마련한 뒤 세부 규정을 만들면 됩니다. 관리규약의 제정·개정은 전체 입주자등 과반수의 동의를 거치므로(공동주택관리법 제18조 제3항), 입주자대표회의 의결과는 규범의 성격이 다릅니다. 아래에서 볼 유효 사례가 바로 이 경로를 거친 경우입니다.
한 가지 더 — 같은 조 제5항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의결을 할 때 "입주자등이 아닌 자로서 해당 공동주택의 관리에 이해관계를 가진 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외부인에게까지 효력을 미치려는 조항이라면 이 규정에 저촉될 수 있습니다.
▍ 금전 부과 규정이 유효하려면 — 법원이 인정한 사례의 조건
먼저 분명히 할 것이 있습니다. 공동주택관리법과 그 시행령은 관리비·사용료의 징수와 공용시설물 이용료 부과기준의 결정은 규정하고 있지만, 입주자대표회의나 관리주체가 주민에게 '위반금'·'벌금' 같은 제재 목적의 금전을 부과할 수 있다는 조항은 두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과의 근거는 법령이 아니라 자치규범에서 — 그것도 입주자등의 동의를 받은 관리규약 수준에서 — 나와야 합니다.
그 요건을 갖춰 실제로 유효하다고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한 아파트에서 세대당 2대를 넘는 차량에 월 1만 원의 주차시설 사용부담금을 부과하자, 입주자가 "동의한 적 없는 규정이라 무효"라며 반환을 청구했습니다.
법원은 청구를 기각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2. 9. 7. 선고 2021나98088 판결, 확정). 핵심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첫째, 절차입니다. 그 주차장 관리규정은 관리규약에 준하여 전체 입주자등 과반수의 서면동의로 개정된 것이었고(공동주택관리법 제18조 제3항, 시행령 제20조 참조), 그렇게 만들어진 규정은 개별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입주자에게도 구속력이 미친다고 보았습니다.
둘째, 내용의 합리성입니다. 한정된 주차구역의 균등한 이용과 세대 간 형평을 위한 조치로서 합리성이 인정되고, 월 1만 원이라는 금액도 과다하지 않아,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소유권을 과도하게 침해"한 것이 아니라고 했습니다(앞서 본 대법원 2004다2243 판결의 기준을 원용한 것입니다).
정리하면, 금전 부과 규정의 유효 요건은 ①입주자등 과반수 동의라는 절차와 ②합리적 범위라는 내용의 한계입니다.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만으로는 첫째 요건을 갖추지 못합니다.
▍ 다시 길고양이 운영규정 사례로 — 무엇이 문제인가
이상의 내용을 종합해 앞서 본 운영규정 사례를 살펴보면, 문제 될 수 있는 부분이 여럿입니다.
절차 — 보도에 따르면 이 운영규정은 입주자대표회의 차원에서 만들어졌습니다. 관리규약의 위임 근거가 있는지, 입주자등 과반수 동의를 거쳤는지가 먼저 확인돼야 하고, 없다면 "입주자대표회의는 벌금을 부과할 법적 권한이 없어 처음부터 무효"라는 보도 속 변호사의 지적을 피하기 어렵습니다. 관할 구청이 상위법 위반 소지를 들어 재검토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내용 — 벌금이라는 금전 제재에 더해, 개정안이 함께 예고한 주차장 이용 제한은 위반 행위(고양이 급식)와 무관한 별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앞서 본 '합리적 범위' 기준 — 필요하고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지 — 에 비추어 각각 독립적으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단정은 하지 않겠습니다 — 법원 판단이 나온 사안이 아니고, 관리규약의 위임 여부 등 사실관계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위 법리 구조에 비추면, 무효 시비에 매우 취약한 설계라는 점은 분명해 보입니다.
▍ 관리주체는 무엇을 확인해야 하나
이런 규정이 만들어지면, 위반금을 고지서를 통해 청구하고 주차장 이용을 제한하는 실무는 관리사무소의 일이 됩니다.
규정이 나중에 무효로 판단되면 어떻게 될까요. 징수한 위반금의 반환 청구는 원칙적으로 그 돈이 귀속된 입주자대표회의를 향합니다. 그러나 부과·징수 실무를 수행한 관리주체도 분쟁에 함께 엮이기 쉽고, 관리 업무에 대한 지자체 감독 — 보고·자료 제출 요구, 관리사무소 출입 조사 — 의 상대방이 되는 것도 관리주체입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93조 제1항).
그래서 집행 전에 세 가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하나, 근거를 확인합니다. 이 운영규정이 관리규약의 어느 조항에서 위임됐는지, 관리규약 개정(입주자등 과반수 동의)을 거친 것인지, 아니면 입주자대표회의 의결만으로 만들어졌는지. 근거가 확인되지 않으면 그 규정은 집행 근거가 약한 상태입니다.
둘, 제재 조항의 강도를 봅니다. 금전 부과, 다른 권리(주차등록 등)의 박탈, 타인 행위에 대한 책임 — 이 세 유형이 들어 있으면 무효 시비 가능성이 급격히 올라갑니다.
셋, 의견을 서면으로 남깁니다. 관리주체는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사항의 집행자이지만, 동시에 공동주택을 법령에 따라 관리할 의무를 집니다(공동주택관리법 제63조 제1항·제2항). 근거가 다투어지는 규정에 대해서는 집행 전에 근거 보완(관리규약 개정 절차로의 정식화)을 서면으로 제안하고, 필요하면 관할 지자체에 질의해 회신을 받아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회사뿐 아니라 관리사무소장 개인을 위해서도 필요한 절차입니다.
▍ 마무리 — 의결은 만능이 아닙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단지의 대표 기구이지만, 그 권한은 법령과 관리규약이 정한 범위 안에 있습니다.
특히 주민에게 금전 부담을 지우는 규정은, 의결이 아니라 동의로 만들어야 합니다. 절차를 갖추지 못한 제재 규정은 단지의 질서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부당이득반환·손해배상이라는 다음 분쟁의 원인이 됩니다.
관리 현장에서 이런 규정의 의결을 마주하셨다면 — 집행하기 전에, 근거부터 물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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