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무 텀시트 가볍게 보지 마세요 — 그 조건 그대로 계약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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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조회 작성일 26-06-12 16:52본문
텀시트 가볍게 보지 마세요 — 그 조건 그대로 계약이 됩니다
투자유치 시리즈 ⑤ · 법률사무소 최앤컴퍼니 대표변호사 최준홍 · 읽는 시간 7분
투자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되면 텀시트(Term Sheet), 즉, '투자조건 요약서'가 오갑니다.
회사가 먼저 원하는 조건을 담아 투자자에게 제시하기도 하고, 투자자가 자신들의 조건을 담아 보내오기도 합니다. 분량은 몇 장 안 되고 법적 구속력에 대한 인식도 약해서, 대표님들께서 가볍게 보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건 위험한 오해입니다.
텀시트에서 한번 합의된 조건은 이후 본 계약(투자계약서·주주간계약서)에 거의 그대로 옮겨집니다. 본 계약 단계에서 "이건 다시 생각해보니 빼고 싶다"고 하면, 투자자는 "텀시트에서 합의했잖아요"라고 답합니다.
즉 텀시트가 협상의 사실상 전부이고, 본 계약은 그 텀시트를 법률 문서로 옮기는 작업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정작 힘을 써야 할 곳은 본 계약이 아니라 텀시트 단계입니다.
아래에서는 무엇을 봐야 하는지 정리합니다.
(이 글은 주식회사를 전제로 합니다.)
▍ "법적 구속력 없으니 부담 없다"는 오해
텀시트는 그 자체로 투자 의무를 발생시키는 확정 계약이 아닙니다.
법적 구속력 있는 계약은 따로 있습니다 — 투자계약(주식인수계약, SSA)과 주주간계약(SHA)이죠.
텀시트는 그 본 계약으로 가기 위한 조건 합의의 출발점입니다.
그래서 "구속력 없으니 일단 보내고 나중에 본 계약에서 고치면 되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게 함정입니다.
텀시트에 기재된 여러 투자조건(밸류에이션·지분·우선권·동의권 등)은 본 계약에 거의 그대로 옮겨집니다. 본 계약 단계에서 "다시 생각해보니 빼고 싶다"고 하면, 투자자는 "텀시트에서 합의했잖아요"라고 답합니다.
즉 법적으로는 구속력이 없다고 볼 여지가 있어도 실무적으로는 구속력이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참고 — 텀시트와 양해각서(MOU)는 다릅니다
규모가 큰 거래나 리드 기관이 주도하는 라운드에서는, 텀시트와 별도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합니다.
양해각서에는 배타적 협상기간·실사기간·비밀유지·비용 부담 같은 일부 조항에 구속력을 부여하고, "확정 계약은 별도"임을 명시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반면 소규모·회사 주도 라운드에서는 양해각서 없이 텀시트만 주고받고 곧바로 투자계약으로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타적 협상기간 등 양해각서의 구속력 이슈는 별도의 글에서 더 다룹니다.)
▍ 가장 먼저 — 밸류에이션과 지분율 확인
대표님께서 가장 먼저 확인하실 것은 결국 "얼마에, 내 지분이 얼마나 줄어드는가"입니다.
· 기업가치(프리/포스트머니) — 투자 전 가치(프리머니)인지 투자 후 가치(포스트머니)인지에 따라 같은 금액이라도 지분율이 달라집니다. 신규 투자자의 주당 가격은 통상 '프리머니 가치 ÷ 라운드 직전 완전희석 주식수'로 정해지는데, 이때 분모(완전희석 주식수)에 이번에 새로 늘리는 옵션 풀을 포함하는지에 따라 주당 가격과 창업자 희석이 크게 달라지므로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 투자금액과 취득 지분율 — 투자자가 가져가는 지분의 %를 확인합니다.
· 옵션 풀(스톡옵션) 신설·확대 — 투자자는 보통 옵션 풀을 '투자 전(프리머니)'에 넣을 것을 요구하는데, 이렇게 하면 그 풀의 희석을 신규 투자자가 아니라 기존 주주(대표님 등)가 떠안게 됩니다. 같은 밸류에이션처럼 보여도 옵션 풀의 크기와 위치가 실질 가격을 바꿉니다.
위 두 계산은 반드시 완전희석(fully diluted) 기준 캡테이블로 시뮬레이션해 봐야 합니다(→ ③편 「캡테이블·주주명부」 참고).
· 같은 라운드, 같은 조건인가 — 여러 투자자가 함께 들어온다면, 우선권·동의권·상환·전환 조건이 투자자마다 다른지 확인해야 합니다. 보통은 같은 라운드를 동일한 종류주식·동일 조건으로 맞추는 것이 원칙이고, 일부 투자자에게만 더 센 권리가 들어가면 이후 관리와 정산이 복잡해지고 다른 투자자와의 형평성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투자계약에는 "다른 투자자에게 더 유리한 조건을 주면 나에게도 적용"해달라는 최혜대우(MFN) 조항이 흔히 들어가므로, 같은 라운드는 물론 이전 라운드 투자계약·주주간계약의 내용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한쪽에 새로 준 조건이 기존 투자자에게 연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투자자의 권리 — 어디까지 내주는가
텀시트의 본론은 투자자가 갖는 권리입니다.
RCPS 투자라면 핵심은 이렇습니다.
· 우선권 — 배당·청산 시 보통주보다 먼저 받는 권리. 참가적인지(우선분을 받고도 또 나눠 갖는지)에 따라 대표님 몫이 달라집니다.
· 상환권·전환권 — 상환 사유·시점·이율, 전환비율과 전환가 조정(리픽싱) 조건.
· 동의권/협의권 — 신주발행, 정관변경, 자산처분, 대표 보수, 추가 차입 등 주요 의사결정에 투자자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하는 조항. 범위가 넓어질수록 회사 운영의 자유가 줄어듭니다.
· 이사·옵저버 지명권 — 투자자가 이사회에 투자자 측 인원을 포함할 수 있는 권리.
· 정보제공 의무 — 정기 재무제표 등 각종 회사 경영사항에 대한 보고 의무.
· 주식 양도 관련 권리(드래그얼롱·태그얼롱·우선매수권) — 투자자가 자기 지분을 팔 때 대표님 지분까지 함께 끌고 가거나(드래그얼롱), 대표님이 팔 때 먼저 사거나 함께 파는(태그얼롱·우선매수권) 권리. 권리의 주체는 투자자지만, 그 효과로 대표님의 경영권·지분이 직접 영향을 받으므로 발동요건과 범위를 꼭 확인해야 합니다.
이 권리 조항들은 "어디까지 내줄 것인가"의 협상 지점입니다.
항목별로 회사가 감당 가능한 수준인지 따져야 하고, 깊은 검토는 본 계약 단계의 독소조항 점검(→ ⑥편)으로 이어집니다.
▍ 대표가 부담하는 의무
투자자의 권리만큼 중요한 것이, 대표님 본인에게 부과되는 의무입니다.
놓치기 쉬운데 영향은 큽니다.
· 경업금지의무 — 대표님이 회사 일에 전념하고 경쟁 사업을 하지 않을 의무. 위반 시 제재가 따릅니다.
· 주식 락업(양도 제한) — 일정 기간 대표님 지분을 팔지 못하게 하는 조항.
· 진술 및 보장(R&W) — 회사·지분 관계뿐 아니라 재무제표·세무·노무·소송·지식재산·주요 계약·우발채무 등 회사 전반의 사실관계가 진술한 내용과 같다는 것을 보장하는 조항입니다. 보장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면 손해배상·매수청구 등 대표님(이해관계인)의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합의 전 마지막 점검
이런 상황을 떠올려 보십시오 (가상의 예시)
한 스타트업 대표님이 첫 기관투자를 앞두고 텀시트를 받았습니다.
"구속력 없는 요약서"라는 말에 큰 검토 없이 합의했는데, 막상 본 계약 단계에서 동의권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동반매도 조항까지 들어 있는 걸 뒤늦게 발견했습니다.
빼달라고 했더니 투자자는 "텀시트에서 이미 합의된 사항"이라며 난색을 표합니다.
결국 처음 조건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텀시트 단계에서 한 번만 검토했다면 달랐을 일입니다.
합의 전 체크리스트를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 완전희석 기준으로 내 지분율과 옵션 풀 영향을 계산했는가
· 동의권 범위가 회사 운영을 과도하게 묶지 않는가
· 동반매도·우선매수·경업금지·락업 등 나를 묶는 조항을 확인했는가
· 같은 라운드의 다른 투자자, 그리고 이전 라운드 투자계약·주주간계약과 조건이 충돌하거나 최혜대우(MFN)로 연쇄 적용되지 않는지 확인했는가
· 본 계약으로 넘어가기 전, 빼거나 고칠 조항을 지금 협상하고 있는가
텀시트는 짧지만, 회사의 다음 투자조건을 좌우합니다.
"가벼운 요약서니 일단 합의"가 아니라, 본 계약처럼 검토하고 협상해야 할 문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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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최앤컴퍼니의 최준홍 대표변호사는 스타트업 사내변호사와 법무법인 파트너로 10년간 시드 투자부터 바이아웃 M&A까지, 그리고 기업 분쟁 전반을 발행회사·투자자·매도인·매수인 등 다양한 입장에서 직접 수행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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